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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草亭/南道別曲

우리는 인생길의 친구라네...결혼 30주년

by 南道 2008. 1. 22.

친구야,

사랑하는 내 친구야...

오늘은 우리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30년이 되는 날이라네

의성 안평골 색시와 태백 광산촌 신랑이

아내와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이 어언 30년 

 

세월이 어디 저 혼자서만 흘렀으랴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주름은 늘었지만

세월은 우리 두 사람을 다정한 친구로 만들었네

인생길의 동반자, 우리는 다정한 친구라네

  

친구야!

30년 전 우리가 처음 시작하던 그 때가 생각나네

태백산 깊은 산골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네

옆방과 부엌을 함께 쓰는 오만 원 사글셋 방에서

조립식 옷장으로 우리는 신혼살림을 시작하였지

 

3교대 근무하던 그 때, 내 월급이 9만 원이었던가

꼼꼼하던 내 성격에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도 그때 가계부를 보면 친구에게 미안하다네

 

                                                                                     

 

 

결혼하고 일 년 반이 지난 유월 어느 날

무작정 대구로 보따리를 싸던 일이 생각나네

지금 이야기하면 모두 나의 영웅담인데

그 당시 친구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 직장을 구하지도 않고

무작정 사표를 쓴 신랑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젊은 시절 용기를 늘 자랑으로 생각하였는데

친구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참 부끄럽다네

 

대구에 온 지 한 달 반 만에 겨우 직장을 구하였지

신랑이 직장을 구했다고 좋아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네

1톤 트럭에 이삿짐을 싣고 직장 따라 이사하던 날이 생각나는가

두 달 사이에 대구를 거쳐 진주까지 두 번이나 이사를 하였지

 

선학산 아래 허름한 스레트 지붕 단칸방을 잊지 못하네

진주는 방값이 비싸서 열 달 사글세가 16만 원

나는 공장에서 3교대 근무를 하였고

친구는 일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러 다녔었네

배나무 과수원, 비닐하우스 농가, 농산물 가공 공장,

 

그렇게 좌충우돌 부딪치며 살아온 세월

그 세월을 견디어준 친구가 너무너무 고맙다네

그런 친구가 있어서 오늘 내가 있는 게 아니던가?

 

 

 

                                                                    

우리가 돈 벌러 다닌다고 집을 비워도

우리 아이들은 참 반듯하게 잘 자라 주었네

친구도 고맙고 아이들도 참 고맙다네

 

큰 딸과 둘째 딸이 결혼하던 날들이 생각나네

아이들 보내면서 참 많이도 서운해 하던 모습이 떠오르네

그러나 한편으로 때 맞추어 짝을 찾아 간 딸들이 고맙기도 하지

외손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이젠 큰 즐거움이 아니던가

 

친구야

아프지 말게

이제는 오로지 건강만을 바라네

함께 산에도 가고 절 구경도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