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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草亭/南道別曲

똑~~똑~~누구십니까?

by 南道 2006. 10. 19.

 

똑~똑~누구십니까?

시은이 입니다.

시은이~~ 어디 가세요?

할아버지~~ 차 타고~~ 할머니~~ 집에 갑니다.

시은이~~ 차 타는 게~~ 재미있어요?

재미 좋아요~~할아버지~~고맙습니다.

시은이~~ 할머니 하고~~ 재미있게~~ 놀아요.

 

 

 

매일 새벽 아내가 외손녀를 보며 하는 말입니다.

노래를 부르듯 박자를 맞추어서 혼자서 묻고... 대답하지만...

이 세상 그 어느 대화보다 정겨운 대화입니다.

 

시은이는 할머니의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긋 웃고 있습니다.

나도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달리면 꿈을 꾸는 느낌이 듭니다.

분명 시은이는 외손녀이지만 나의 둘째 딸과 교차되어 스쳐갑니다.

 

생각해 보면 모두가 엊그제 같은데...

둘째 딸은 우리 가족이 진주로 이사 한 이듬 해 태어났습니다.

어느덧 한 세대가 지나고 외손녀를 차에 태우고 달립니다.

 

둘째 딸은 어려서부터 승부 근성도 있고 욕심도 많았습니다.

중학교까지는 평범한 성적이었지만 고등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급기야는 진주의 명문 고등학교에서 수석을 다투는 우수한 성적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하였지만

딸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선생님이 되기 위하여 진주 교육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늦게 귀가하는 딸을 태우기 위하여 4년 동안 교대 정문을 지켰습니다.

처음 교사로 발령받고 출근하는 딸을 보며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런 둘째 딸이 이제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딸의 출근을 위해 외손녀를 태우고 새벽을 달립니다.

새벽에 우리 집으로 데려오고 저녁이면 딸이 퇴근하여 데려갑니다.

 

딸의 집은 우리 집에서 7km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오고 가는데 모두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40분 동안 핸들을 잡고 달리며 나는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똑~똑~

누구십니까?

시은이 입니다.....

 

하루를 열어가는 정겨운 목소리...

시은이로 시작하는 하루가 너무 소중합니다.

 

 

 

녹음기가 있으면...

정겨운 목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은데 아쉽습니다.

 

위 사진은 아무도 몰래 아내와 둘이서 가끔 다녀가는 곳입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