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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草亭/南道別曲

선학산 과수원 길...추억 이야기

by 南道 2006. 4. 16.

 

매화가 지고, 벚꽃이 지더니 지금은 배꽃 천지가 되었다.

넓은 배 과수원은 온통 배꽃으로 하얀 바다가 되었다..

배꽃의 향기를 따라 벌 나비가 날아들고 농부는 바쁜 일손을 놀린다.

부지런히 배꽃과 벌 나비가 사랑을 하여야 튼실한 배가 열리리라...

 

 

하얀 배꽃이 너무도 청초하고 아름다워서

무슨 말로 표현을 하여야 할지... 내 짧은 글 솜씨가 안타깝다.

 

배꽃이 만발한 이 과수원길을 걸으면 옛 생각이 난다.

진주의 선학산 아래 마을에 둥지를 튼지

어언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이 길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물 여덟, 스물일곱이던 우리 부부는

두 딸을 시집보내고 외손녀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눈을 감으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언제 이렇게 흘렀더냐.

배꽃이 필 때면 우리부부는 배 과수원에 관련된 추억을 이야기한다.

 

아내는 젊은시절 비닐하우스 농사일도 하고, 배나무 과수원의 일도 하였다.

배는 어린 열매가 열리면 봉지로 싸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든다.

아내는 배꽃이 지고 열매가 열리면 봉지 싸는 일을 수년간 하였다.

 

과수원 일이 없을 때는 쑥을 채취하여 식품회사에 납품하기도 하였다.

아내는 쑥을 채취하고 나는 자전거에 싣고 납품하러 다녔다.

납품대금 천원을 받고 즐거워하던 아내의 모습이 떠 오른다.

그 천원이 지금 시세로 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을는지 모를 일이다.

 

아내는 신랑이 나이가 많아서 회사에서 짤리게 되면

당신이 다시 과수원 일을 할테니 아무 염려 말라고 큰 소리를 친다.

 

 

과수원길의 잊지 못할 추억은 또 있다.

예전에는 과수원의 모퉁이에 인분 저장소가 있었다,

나는 똥장군을 사서 우리 집 인분을 과수원 저장소에 버렸다,

인분을 수거하는 차를 부르면 돈이 들기 때문이었다.

20대  젊은 나이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배꽃이 만발한 과수원길......

해마다 봄이 오면 배꽃이 피지만 예전에는 그 꽃의 아름다움을 몰랐다.

과수원은 아내가 일을 하는 일터이고 내가 인분을 버리는 곳이었을 뿐이었다.

 

과수원에서 품을 팔지도 않고

쑥을 채취하여 납품을 하지도 않고

인분을 과수원에 버리지도 않지만

지나간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영원히 함께 살 것 같던 두 딸도 시집을 가고,

우리 집은 막내아들과 다시 세 식구가 되었다.

27년이라는 세월은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남겨놓고 흘러갔다.

 

과수원길을 걸으면서 옛이야기에 해가 지는 줄도 모른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

 

부부란 무엇이더냐?

인생길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길동무가 아니던가?

긴 세월 나를 지켜준 내 인생길의 길동무여!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나는 두 손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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