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望草亭/南道別曲

아내여 미안하다...내일은 웃자

by 南道 2006. 2. 17.

 

아내여 미안하다. 내일은 웃자.

지나간 옛 얘기는 다시는 말자.

여름에 잎이 피고 가을에 지듯

새싹이 돋아나면 꽃도 피겠지.

아내여 미안하다 내일은 웃자.

 

누가 불렀는지...

제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노래이다.

내가 평소에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이다.

가사가 맞는지 확실치 않은데 거의 비슷할 것 같다.

오래전 무슨 연속극의 주제가였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이 노래를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다.

아내에게 너무도 미안하기 때문이다.

 

 

여러날 심사숙고 끝에 어려운 결정을 하였다.

아내에게 너무도 미안한 결정이라서 할 말이 없다.

아내가 이해하여 주리라 믿지만 많이 서운해하겠지...

이 일을 아내에게 무슨 말로 변명을 할까?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지난 2004년 우리 화사에서 근무한 지 25주년이 지났었다.

그리고 2005년 회사 창립 기념일에 근속 25년 상을 수상하였다.

규정상 25년 근속상은 부부 동반으로 4박 5일 일본 여행이 주어진다.

금년 3월 말까지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아내는 그동안 일본 구경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도 이번만은 아내를 비행기 태워서 외국 구경을 시켜 주고 싶었다.

회사의 형편을 고려하여 적당한 기회를 보아서 다녀오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와는 달리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휴가를 사용하여야 하는 시한(3월 말)는 다가오는데

여러 가지 회사의 사정상 도저히 휴가를 가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지금의 회사 사정상 나 혼자 외국으로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내가 평사원이거나 기능직 사원이라면 외국여행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자리를 비운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휴가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총무부서에 통보하였다.

 

우리 부부는 28년 결혼생활 중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본 일이 없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난 후 휴일에 산을 다니거나 차를 타고

진주에서 가까운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게 우리 부부의 여행이다.

주로 경남의 서부지역과 전남의 동부지역이다.

남도 별곡에 있는 여행기는 모두 그런 여행의 기록이다.

아직도 우리 부부는 제주도도 가 보지 못하였고

보통사람들이 즐겨 찾는 중국, 동남아 등 외국 여행도 해 보지 못하였다.

물론 금강산도 가보지 못하였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공장에서 하고 있는 일 때문이다.

나는 우리 회사 설비를 관리하는 부서의 책임자이다.

그러다 보니 한 시도 마음 놓고 쉬어 본 일이 없다.

지난해 11월에도 청송 주왕산으로 휴가를 갔다가

회사의 급한일로 휴가를 취소하고 3일 만에 출근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틀림없이 외국 여행을 시켜주겠노라고...

아내에게 큰 소리를 쳤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만사를 제쳐두고 떠나지 못하는 바보....

나는 진정 용기 없는 바보인가?

용기없는 남편을 아내는 원망할까?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

 

회사를 은퇴하면 아내와 마음껏 여행을 하고 싶다.

제주도도 가고...

중국도 가고, 일본도 가고...

금강산, 백두산도 가리라....

 

 

南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