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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草亭/南道別曲

결혼 28주년 회고

by 南道 2006. 1. 22.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렀을까?

일 년 중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결혼기념일.

오늘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28년이 되는 날이다.

 

1978년 1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맞선을 본지 한 달만에 올리는 결혼식이었다.

아내와 나는 중매로 만나서 결혼하였다.

 

친지의 소개로 대구에서 맞선을 보기로 하고

아버지와 나는 강원도 태백 우리 집에서 대구까지 달려갔다.

그리고 양가 아버지가 만나시고 결혼은 그 자리에서 결정이 되었다.

맞선 자리에서 처음 본 아내는 그냥 수줍은 아가씨였다.

 

전화가 귀하던 시절이니 서로 연락할 길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남자인 나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내는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주는 것 같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기위하여 택시를 타고 도리원으로 갔다.

도리원의 어느 중국집에서 볶은밥을 시켜 놓고 우리는 부부로서 처음 대화를 하였다.

스물일곱의 신랑은 스물여섯의 신부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부부의 인연을 맺었으니 잘 살아 봅시다."

 

신혼여행을 간다고 나섰으니 어디든 가기는 가야 하는데 갈 곳을 정하지 못하였다.

식사를 하며 생각한 곳이 울산이었다.

군대 제대를 하고 첫 직장이 울산의 조선소였다.

약 10달 정도 울산에서 근무한 일이 있어서 울산을 조금 알고 있었다.

 

대구를 거쳐 울산으로 가고 어느 여관에 숙소를 정하였다.

울산의 일산 해수욕장,울기등대, 방어진 등을 돌면서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였다.

데이트를 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틀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의성 처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뒷날 우리는 강원도 우리집으로 가기 위해 처가를 나섰다.

지금도 처가마을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를 보면 그 날이 생각난다.

장모님이 느티나무 아래서 참 많이 우셨다.

딸을 강원도로 시집보내시면서 걱정도 많이 하셨다.

 

의성역에서 기차를 타고 태백으로 갔다.

산도 높고 눈도 많은 강원도 풍경에 신부는 얼마나 놀랐을까?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결혼생활은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어려움을 잘 견디어준 아내가 나는 늘 고맙다.

 

 

나는 결혼 일년 만에 실직을 하게 되었다.

무작정 대구로 이사를 하고 두 달간 취직을 하려고 동분서주하였다.

그러다가 현재의 회사에 취직이 되어 진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진주에 오던 그해 겨울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셨다.

그 바람에 우리 집은 전 가족이 진주로 이사를 하는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아내는 그 때부터 대가족을 이끄는 맏며느리로 힘든 시절을 살아왔다.

 

꿈 같은 세월.....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늘 함께 해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아!

오늘 이 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도 눈물이 나는지?

나도 모르게 내 눈에는 굵은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린다.

 

 

 

위 사진은 진주에 취직을 하여 이사를 한 1979년 가을 진양호입니다.

당시 돌도 되지 않았던 큰 딸은 결혼하여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南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