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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草亭/南道別曲

부부 동반 운동화 사러 가던 날

by 南道 2007. 4. 11.

 

모처럼 시내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운동화를 사러 나선 것이지요.

남강이나 선학산은 자주 가지만 진주시내에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오래 전부터 운동화를 사러 가자고 하였지만 내가 바빠서 오지 못하였습니다.

어느 집을 가는지도 모르고 가자고 하는 대로 두리번 거리면서 길을 갑니다.

 

길거리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활기에 넘칩니다.

봄이라서 그런지 옷도 화려하고 발 걸음도 모두 가볍습니다.

 

 

 

 

"여기쯤일텐데..... 이상하다..... 왜 안보이지.....

분명히 아들이 경찰서와 우체국 부근이라고 하였는데"

아내는 연신 손에 든 메모지를 보며 목적지를 찾고 있습니다.

 

"어디좀 봅시다."

아내의 손에 든 메모지를 보니 "뉴발란스"라고 한글로 또박또박 적혀있다.

"허허허.... 저기 있네요.... 영어로 크게 써놓았으니 당신이 몰랐군요."

 

간판에는 NEW BALANCE 라고 크게 적혀있었고

구석에 뉴 발란스라고 한글을 작게 적어 놓았으니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와!   당신은 역시 영어를 잘 알아 보시는군요"

"영어는 무슨..... 그래도 회사에서는 부장인데 그 정도야 모르겠소.... 허허허"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님이 왔는데 인사를 하는 사람이 없네요.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는 기웃 기웃 운동화를 구경하였습니다.

 

"여보, 여기 있어요.... 아들 신발하고 똑같은 게 있어요."

사실 오늘 아내가 여기를 오자고 한 것은 아들 덕분입니다.

아들이 운동화를 새로 사 신고 왔는데 아내의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오늘 이렇게 오게 된 것입니다.

 

"주인 없소.... 물어 물어 찾아왔는데 주인이 없소"

내가 큰 소리로 주인을 부르자 그제야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어서 오십시오.... 운동화를 사시려고요?"

 

우리 부부가 나이가 많아서인가?

젊은 사람들이 주로 오는 집이라더니 그래서 그런가?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허허허.... 이 보시요.....

운동화 파는 가게에 그럼 무슨 일로 왔단 말이요?"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였습니다.

운동화를 살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태도가 싹 달라집니다.

 

"아버님 발 한번 내 보세요.....  발에 맞추어야 합니다."

아버님은 무슨 아버님.....  중얼거리면서 발을 내밀었다.

 

"아버님 발이 아주 예쁘시네요"

세상에나.... 진작 그럴 것이지... 허허허

 

"내 운동화는 이게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이 분 운동화도 예쁜 것으로 하나 골라주세요"

"예, 어머님도 발 내 보세요.... 예쁜 운동화로 골라 드리겠습니다."

 

 

 

내 운동화도 사고 아내의 운동화도 샀습니다.

새 운동화를 신고 지난주 일요일 처음으로 선학산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가볍게 사뿐사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새 운동화가 좋기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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